2003/08/15 – 목소리

[목소리]

이 전화줄만이, 우리 두 사람을 연결해주는 마지막 줄이라니…..
잤어요. 전화를 끌어안고 잤지요…..
어쨌든 지금은 전화만으로 당신하고 연결이 되어있으니까요.
전화는 당신한테 까지 가 있고, 또 당신이 전화를 걸어주시겠다는 약속을 받았으니까요.
그렇게 하고는 별의 별 꿈을 다 꾸었어요. 당신의 전화 소리가 정말로 저를 내려치듯이
저를 쓰러뜨리는 꿈이며, 전화가 제 목을 꽉 조르는 꿈이며….
그런가 하면 오뙤이유의 아파트 비슷한 바다 밑에 제가 쑥 잠겨서
잠수기의 공기관을 통해 당신에게 연결되어있는 꿈,
그래서는 꿈에서 당신에게 그 관을 자르지 말라고 애원을 했지요…..
어쨌든 꿈이긴 하지만. 그래도 자고있을 때는 그런 꿈들이 현실같아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라요….
지금 당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나는군요.
오직 당신만을 의지해서 살아 온 게 벌써 5년이 지났군요.
당신만을 유일한 공기처럼 마시며 살아왔지요.
매일 당신이 돌아오는 시간을 기다리며, 조금만 늦으면 어디서 죽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그런 생각만으로도 걱정이 되어 죽을 것만 같다가,
당신이 돌아오면 다시 살아난 것 같았지요.
하지만, 그러면 이번에는, 또 당신이 집에 있으면 있는대로 언젠가는
당신이 떠나가리라는 생각이 들어, 또 그게 겁이나서 죽을것만 같더니만,
지금은 아무튼 당신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숨을 쉬는 것 같아요.
결국 제가 꾼 꿈은 그렇게 터무니없는 꿈은 아니었군요.
당신이 이 전화를 끊으면 공기관을 끊는셈이 되니까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사랑해요.

……………. (장 꼭또 원작/ 오중자 옮김)